「아시아태평양이사회(ASPAC: Asian and Pacific Council)」는 냉전기 한국 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설립에 대한 실증분석은 거의 없어서 한국 정부의 ASPAC 제창 의도, ASPAC의 성격 및 ASPAC 설립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가 없다. 본고에서는 최근 공개된 미국, 한국 및 일본정부의 외교문서를 이용하여 이러한 문제들에 답하고자 한다.
한국 정부의 ASPAC 제창에는 반공체제 구축이라는 안보상의 목표와 함께 대일 국교정상화 교섭 및 월남 파병 등의 이해관계가 동시에 작용했다. 설립할 지역기구의 성격에 대한 참가국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회의 개최는 난항을 겪었으며, 그 결과 ASPAC은 제창 당시의 반공동맹적 성격이 희석되었다. 한편, 미국이 ASPAC 설립을 지지한 것은 새로운 반공기구 내지는 군사동맹의 창설을 의도해서가 아니라, 한국과 대만의 국제적 고립감의 완화라는 심리적 요인을 고려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