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는 사법불신이 상당히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사법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정하지 못한 사법기관의 사건처리로 피해를 입었다고 하며, 공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이 주장들 중 일부는 사실일 것이다. 즉 의도적인 사법부정이나 사법기관 종사자들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사건처리가 어긋난 경우가 물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근대적 사법제도가 우리 국민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전통적 법문화와 불일치를 이루는데서 생기는 것이다.
전통적 사법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원님재판'에서 백성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 그 뒤처리는 거의 전부 고을 수령이 상징하는 국가권력에서 해주었다. 이 사법체계는 1894년 무렵부터 근대적 사법제도가 도입하기까지 1,000년 이상에 걸쳐 존재했다. 이 논문에서는 그 개략의 모습을 살피고자 했다.
이것은 근대적 사법제도의 도입으로 표면상 사라졌으나 완전히 사리진 것이 아니라, 오래 된 역사의 관행에 의해 우리 국민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 현재에도 이것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우리 법문화의 일부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근대적 사법제도는 수사나 재판에서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자신의 책임하에 증거를 수집하여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를 설득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 못하면 대부분의 경우 불이익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양자의 괴리에서 생기는 현상을, 우리가 무시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따뜻한 시각으로 우리 법문화의 일부가 된 전통적 사법체계에 대한 기억을 고려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그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친절한 배려로 수사와 재판을 진행시키고, 또 재판의 과정에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직권주의적 요소를 도입시킴으로써 그러한 사람들의 법인식과 현실간의 간극을 좁혀나감이 마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