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냉전사 재고라는 문맥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설립 사례를 역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국의 대아시아 지역전략과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전개된 1960년대 중반의 아시아 지역주의를 재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ADB 설립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지역세력의 이니셔티브를 강조하는 실증 연구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실증 분석이 결여된 채 미국의 냉전 전략 내지는 베트남 전쟁 전략의 일환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강했다.
ADB 설립 구상은 원래 미국의 의도와 관계없이 지역 세력의 자주적 이니셔티브에 의해 시작되었으나, 그 실현에 있어서는 미국의 지지와 참가를 필요로 하였다. 당시 미국은 이른바 '존슨 구상'을 통하여 동남아시아의 개발을 위한 다자간 협력체제의 구축을 시도하였던 바, ADB는 그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되었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 ADB 설립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과 지역 이니셔티브의 상호작용에 의해 설명되는 측면이 강하며, 이러한 다이나미즘이야말로 냉전기 아시아 지역주의의 한 특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