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 부인은 구체제 말기로부터 프랑스혁명 시대를 거쳐 나폴레옹 제정(帝政)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격변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 시대에 대해 예리한 성찰이 담긴 저작들을 남겼다. 그녀는 프랑스 문화의 정수를 받아들였고, 다른 누구보다도 독일의 철학 사조를 일찍 접했으며, 유럽 각국을 직접 여행하면서 심층적인 관찰을 하였다. 유럽 역사의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동시에 유럽 문명의 최전선에 서 있던 그녀는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의 딸이면서 19세기 유럽 낭만주의의 선구자라는 독특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 글은 프랑스혁명부터 나폴레옹 제정에 이르는 시대를 독해하는 하나의 새로운 창구로서 스탈 부인을 이해해 보고, 또 역으로 그런 접근을 통해 기존연구와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스탈 부인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이다. 그런 시각에서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코린나』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프랑스의 과격한 공화정이나 나폴레옹 제국 체제를 비판하고 영국식의 온건한 입헌군주정을 가능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스탈 부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스탈 부인은 영국식 체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않았으며, 거기에도 대단히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녀는 과연 영국식 체제에서 행복은 가능한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 국가민족의 갱신을 위해서는 영국의 정치적 승리를 배워야 하지만 여기에 이탈리아의 문화예술의 승리까지 갖추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탈 부인은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편리한대로 이탈리아를 끌어다 썼으며, 여기에서 심각한 왜곡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18~19세기의 많은 북유럽 작가들은 자국의 민족적 전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로마 제국 신화에 근거한 이탈리아를 '창안'하여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스탈 부인 역시 그런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스탈 부인의 작업은 극단의 상황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왜곡을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