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금까지 한국정치사상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여말선초, 특히 조선의 건국을 전후한 시기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의 성과를 반갑게 여기고 또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아울러 조선의 건국과 정치체제 구상이라는 측면에 주목하면서, 기존 연구에서 몇 가지 쟁점이 될만한 점을 추출해내서 가능한 한 직접적인 논평을 가하고자 했다. 앞으로의 효율적인 논의를 기대하면서, 필자 개인적인 생각과 견해를 거침없이 피력해보기도 했
다. 논의에서는‘건국’과‘정치체제’를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말한 다음, ‘여말선초’라는 시대는 일종의‘문명사적 전환기’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교 시대에서 유학, 더 정확하게는‘신유학’으로서의 주자학 시대로의 이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불교를 심하게 비판했던 정도전은 주자학 이해와 응용에 대해서, 과연‘주자주의자’인가 하는 점을 다루었다. 이어‘재상’론이란 관점에서‘군권’ (왕권)-‘신권’(臣權) 문제의 연원과 함의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동시에 여말선초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연구자들 사이에 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피력했다. 비슷한 시대와 주제를 다룬 글들이라면, 서로 어떻게 같고 다른지,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정리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단선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피력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 애정어린‘비판’과‘논쟁’을 주고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비판과 논쟁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정력 낭비가 아니라 창조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