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문제가 등장할 때 법적, 의료윤리적 관점에서 고려되는 규범적 기준은 '인간존엄에 부합하게' 결정하라는 요청이다. 이러한 결정에서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함과 동시에, 생명보호의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명보호와 자기결정권 중 어느 한 쪽을 절대화하는 것은 다른 한 쪽을 부정하는 데로 이르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존엄의 근본적 의미를 오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생명보호와 자기결정권의 가치가 충돌하는 안락사문제에서는 각 안락사유형마다 어떤 가치원칙들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를 특히 가치평가의 우위라는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가치를 제한하려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가치의 우위가 매우 구체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결정에 대한 규범적 정당화의 의무도 함께 져야 한다. 또한 통제문제나 권한문제 등으로 인한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에 대비하여 모든 안락사상황에서 충분한 '규범적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충분한 안전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안락사를 정당화하는 확실한 상황이 존재하더라도 의학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가능성, 인간의도의 불분명성이나 변화 및 착오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여기서 법은 인간존엄에 부합하는 삶과 죽음의 조건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틀이며, 우리는 주의 깊게 이러한 법의 틀을 채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