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DDA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FTA에 따른 산업간 구조조정과 협상 타결을 위한 내부협상의 수단으로 FTA 추진에 따른 국내보완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 중 일부는 단기적인 피해를 보전하고 산업간 구조 조정을 원활히 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정책의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로 인해 정부에 의한 인위적 경쟁력 부여를 규제하는 WTO 보조금협정과의 합치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FTA 이행에 따른 일반적 보완대책으로서의 무역조정 지원(단기 자금 융자, 상담지원, 조세감면)과 특정산업에 대한 대책으로서의 제약산업 지원조치(R&D 지원, 인프라 구축, 수출산업화 지원조치)의 보조금협정과의 합치여부가 검토 대상이다.
'무역조정지원법'은 'FTA에 따른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피해 기업에게 일정 지원조치(융자지원, 상담지원, 세금감면)를 제공한다. 이 지원조치들은 보조금협정상 구성요건인 '정부에 의한 재정적 기여', '혜택' 부여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정성(specificity)'을 만족하는지는 불명확하다. 비록 보조금 운용의 결과로 일시적으로 특정 기업(군) 또는 산업(군)에 보조금 지급이 집중되어 '사실상 특정성'있는 보조금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통상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미연에 통상분쟁을 방지하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무역조정지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동 제도를 객관적이고 자동적인 기준에 따라 운용하고, 특정 산업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게 모니터링 하고, 지급 상한을 정하는 등의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성 요건에 해당 하지 않는 경우 한국의 무역조정지원에 따른 지원 대책은 보조금협정의 규율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어 보조금협정에 따른 타 회원국의 제소나 상계조치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또한 정부는 한-미 FTA 체결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제약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제약산업에 대한 지원조치(특히 R&D지원 조치)의 경우 '허용보조금' 규정의 종료로 인해 더 이상 예외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R&D 보조금과 관련된 통상규범은 강화되는 추세이며, 캐나다와 브라질간, 미국과 EC-간 항공기산업 보조금을 둘러싼 분쟁을 보듯 R&D 지원 조치를 둘러싼 통상분쟁 또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R&D 자금 지원, 인프라 구축, 수출산업화 지원 등의 대책은 보조금 구성요건상 '정부에 의한 재정적 기여'와 '혜택'요건을 만족한다. 나아가 대책의 성격상 '수출보조금'으로 지목되어 교부 금지 판정 혹은 상계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제약산업에 대한 차질없는 지원을 위해 특정성 회피, 지원사업의 다각화, 수출실적과 비(非)연계, 허용보조금 부활을 위한 노력 등의 향후 대응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무역조정지원과 제약산업에 대한 지원 모두 보조금 구성요건 중 '정부에 의한 재정적 기여'와 '혜택'요건은 갖추고 있으며 그것이 지원조치의 본질임을 고려해 볼 때, '특정성'요건에 해당되지 않게 제도를 운용하고 보완하는 것이 WTO 보조금협정과 저촉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출보조금'으로 판정되는 경우 '특정성'이 간주되기 때문에 '수출보조금' 판정이 우려되는 조치의 경우 '수출실적과의 연계성'이 없도록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치가능보조금'이 되기 위한 추가적인 조건인 '부정적인 효과(adverse effects)' 및 상계관세부과 조치를 하기 위한 '실질적 피해 (material injury) 및 위협' 야기 가능성 이 낮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지원조치가 수출보조금 판정을 받지 않는다면, 타 회원국은 보조금협정상 대응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FTA 국내보완대책은 한국의 FTA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국가 정책이다. 정부는 면밀한 법적 검토를 바탕으로, WTO 규범과 합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대책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향후 발생가능한 통상분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또한 향후 추가적인 대책 역시 내부 협상을 위한 정치적이고 단기적인 방안이 아닌 타 국가와의 통상분쟁 가능성, 지원 제도의 예측가능성 및 유지 가능성, 대책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이 되어야 한다. 만일 현행과 같은 대책으로 인해 한국이 WTO에 제소되어 패소하거나, 상계관세를 물게 되는 경우 FTA 정책 자체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FTA 국내보완대책의 WTO규범 합치성 문제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