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제주사람이 아닌 타자(他者)의 시선으로 제주학의 방향과 과제를 제안하는 것이다. 제주는 지역 연구를 넘어서 지역학(regional science)을 펼치기에 좋은 자산을 갖고 있다. '본풀이' 같은 신화, 무가가 생활 속에 살아있고, '4.3항쟁' 등 현대사의 쟁점도 '4.3문학' 등으로 변주되어 다양하게 향유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편협한 지방주의와 배타적 향토주의 같은 지역 특권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제주만의 독특한 언어, 민속의 특수성에 집착하여 급변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자료를 과거의 원형대로 수집, 보존하는 데 만족하면 곤란하다. 살아있는 문화를 박물관에 전시하는 골동품처럼 화석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집한 자료가 훌륭하다고 자랑하는데 그치지 말고, 연구의 의의를 확대하여 '제4세계문학론'의 선례 같은 보편이론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제주학의 담당자 또한 제주사람이라는 주체의식이 강조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다. 출신과 거주의식, 애향심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자기중심주의에 빠지면 학문의 발전을 기할 수 없고 연구자 풀이 줄어드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 제주학은 이제 과거의 제주에만 머물지 말고 도시화, 탈근대화가 진행되는 현재진행형의 제주까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제주를 벗어나야 진정한 제주학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