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역사 기술에서 조선시대 공노비는 수동적인 존재로 서술된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노비를 위시한 소수자들이 단지 피동적인 존재였던 것만은 아니다. 본 논문에서 다룰 반인(泮人)은 성균관에 소속된 공노비이며, 또 서울 시내에서 소비되는 소의 도살과 쇠고기의 판매를 맡았기에 이중으로 천시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들은 조선후기 성균관 재정의 기반이 흔들리고, 성균관이 반인들의 쇠고기 판매점인 현방(懸房)의 수입에 의존하게 되자, 현방의 이익을 최대한 늘려 스스로 자신들이 성균관에 제공해야 하는 노동을 고립(雇立)시킴으로 인해 성균관의 일방적 지배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이 완벽하게 신분제를 벗어던진 것은 아니었으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소수자로서의 지혜를 발취하여 속박에 대응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반인을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소수자의 지배체제에 대한 대응의 방식을 엿볼 수 있으며, 그들이 결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