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몽골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라는 문제를 생각 하는데 있어, 사회주의 이전의 '전통문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체제전환과 민주화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와 실질적인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때문에 사회주의, 라마불교, 샤마니즘에 대해서, '정치와 종교'의 얽힘 내지 '이념의 역사정치학'이란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샤마니즘의 경우, 몽골 민족의 기층신앙을 형성해온 것으로 여겨지지만, 오래 전에는 정치적 속성을 강하게 지난 이념이자 동시에 세계관이었다. 국가와도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13세기에 이르러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몽골제국의 성립과 더불어, 불교, 기독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가 도래해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정신'(Zeitgeist)이 요청되었다. 티벳트에서 전래된 불교(티벳트불교)가 점차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라마불교는 마침내 국가 종교의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쿠빌라이 칸에 이르러서는 라마불교에 근거해 원나라의 정신적 통일을 추구하고자 했다. '몽골 라마 불교의 상징' 자나바자르(Zanabazar, Undur Geghen)가 보그드(Bogd)에 오르면서 불교는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제8대 보그드는 독립운동을 이끌었으며, 1911년 독립국가 몽골의 왕(황제, 보그드 항)으로 추대되었다. 인민혁명이 승리하는 1921년까지, 불교와 정치의 최고지도자로 추앙받았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몽골 정부는 '종교는 곧 인민의 아편' 이라는 입장에서, 반(反)라마 정책을 취했다. "불교는 마약, 승려는 혁명의 적"이라 선포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명분 하에 라마불교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샤마니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마불교나 샤마니즘이 가진 질긴 생명력은 꾸준히 이어져온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민주화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몽골의 정치적인 이념은 어떤가. 이념적인 좌표는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가. 아울러 문제는, 지난 70여년에 걸친 사회주의 체험이 몽골에 남긴 사회적, 정신적 유산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에서 전통문화로서의 라마불교와 샤마니즘은 이념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또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개인, 시민사회, 민주주의와 어느 정도의 친화력을 갖는가. 이들은 확실히 몽골의 '민주화' 이후 떠오르게 된 새로운 과제라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