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은 기업의 핵심적인 무형 자산으로서 인적 자원 및 지식정보가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특허 공세에 일방적으로 수세적인 입장에 있었으나 최근에는 개도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맞서야 하는 입장에도 있으므로 지적 재산권 침해 구제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역위원회의 지적재산권침해 구제제도는 특허심판·소송이나 민사상의 손해배상·가처분 등 타 제도에 비해서 소요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한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으나, 구제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 등으로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 구제제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적재산권 침해조사 종합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최근 불공정 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조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지적재산권침해물품등 확인제도가 신설되어 기존에 효과적으로 단속하지 못했던 우회 수입 등을 차단할 수 있게 되는 등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제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무역위원회의 지적재산권침해 구제제도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침해물품등 확인제도는 절차의 신속성 등을 위하여 무역위원회가 '같은 종류의 물품'인지 여부와 '정당한 권리자'인지 여부만을 판단하여 지식재산권침해물품등 확인을 할 수 있게 하여 그 물품을 수입하는 자에게 신속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등의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미국은 국제무역의 증가로 인하여 기존의 대인적 효력을 갖는 제한적 배제명령 외에 우회수입 등을 간편하고 신속하게 배제할 수 있는 대물적 수입배제명령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세법 제337조상 일반적 배제명령(general exclusion orders) 제도를 두었다. 이러한 일반적 배제명령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잠재적인 침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WTO 협정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특히 GATT 패널의 GATT 위반 판정 이후 일반적 배제명령 제도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동 제도의 WTO 협정 합치성은 여전히 문제되고 있는 등 통상 마찰의 소지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대물적 수입배제명령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대신, 지적재산권 침해의 재발을 유발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대인적 수입배제명령을 도입하면서, 그 운영에 있어 기존에 무역위원회 판정효력을 판정의 대상인 당해 물품과 당해 행위자에 한정하던 것을 판정 이후 동종 물품을 다른 행위자가 수출·수입·판매·제조하는 경우에도 판정효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하여 실질적으로 대물적 수입배제명령 제도를 운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갖도록 하는 지적재산권침해물품등 확인제도를 신설하였다.
지적재산권침해물품등 확인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관련 당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TRIPs 등 WTO 협정과 합치되도록 제도를 운영하여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통상 마찰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 제도의 적용 요건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위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필요한 적용 요건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는 실무 지침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WTO 상의 논의나 미국 ITC의 결정례 및 우리나라의 판례 등의 분석을 통해서 위 제도의 요건인 '같은 종류의 물품'과 '정당한 권리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았다.
'같은 종류의 물품'을 판단함에 있어 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조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 현행 법령과 WTO에서의 논의 및 우리나라의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객관적인 동일·유사성을 기준으로 넓게 인정하되, WTO 상 논의를 참고하여 원칙적으로 1) 물품의 물리적 유사성, 2) 전 세계적으로 당해 물품이 동일하게 관세분류가 되어있는지 여부, 3) 소비자가 당해 물품들을 시장 내에서 서로 상업적으로 호환될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하는지 여부, 4) 당해 물품들이 동일한 최종용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결정하고, 특히 물품의 물리적 특성이나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통일관세분류체계(HS Code)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권리자'인지 여부는 법문의 규정, 무역위원회가 모든 조사 부담을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당사자들이 해당 사건의 기초 사실 관계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 무역위원회의 권위 및 신뢰 확보 등의 측면에서 '같은 종류의 물품'과 달리 피신청인이 주장·입증하는 항변사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지적재산권침해물품 확인제도의 도입 취지가 신속한 지적재산권 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같은 종류의 물품"에 대하여 판단 기준을 완화해서 순수하게 물품의 객관적인 동일·유사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되, 이로 인하여 지나치게 적용 범위가 넓어져서 피신청인에게 불합리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피신청인에게 동 제도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항변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동 제도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항변사유를 조사·판정할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미국의 ITC 사례와 국내의 특허법상 특허소송의 단계에서 등장하는 사유 등을 참고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대체적으로 비침해항변과 강제력없음의 항변을 인정하고, 무효의 항변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비침해항변은 특허권자의 특허권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특허제품의 특정 구성 요소가 결여되었는지, 비침해 대체 물품인지,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적인 상황인지, 영업가치가 소실되어 3년이상 제대로 특허제품의 상업적 이용가능성이 없는 경우인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경우인지, 독점금지법 등 다른 법에서 정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민의 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인지, 특허법상 정해져있는 법정특허권이 발생하는 경우인지 여부를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강제력없음의 항변은 특허권자의 특허권이 결국은 무효라는 것으로 자유실시기술의 항변인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특허 자체가 사기는 아닌지 등을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적재산권침해물품등 확인제도의 도입취지가 가지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생각되어, 동 제도의 적용 요건의 구체적인 기준을 도출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위에 소개된 사유나 기준이 모두라고 할 수 없고 향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더욱 경험이 축적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동 제도는 실효성이나 영향력이 큰 제도인만큼 그 후폭풍에 대하여도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