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대항담론의 구조를 '몸들'이 문제화되는 방식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생명윤리담론은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근거로 생명체로서의 배아, 생명의 매개체로서의 난자를 문제시하였다. 사회제도적 관리 담론은 과학적 연구가 사회구조에 영향을 받고 권력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적인 과학 규범을 위반한 여성연구원의 난자와 거래된 난자의 사용이 문제시되었다. 페미니즘 담론은 충분한 정보의 고지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여성의 난자 이용과 난자를 얻고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의 침해에 주목했다. 이러한 대항담론들은 모두 과학 연구가 야기할 수 있는 윤리적, 사회적 위험성을 지적하였고 이를 위해 배아와 난자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배아와 난자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위험성 담론은 황우석 사태 이후에 줄기세포 연구의 허용범위와 배아 및 난자의 사용 범위를 규정한 생명윤리법 및 생식세포관리법의 제·개정 과정 속에서 지배담론에 포섭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위험성 담론의 주체들을 배제하고 위험성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둔 채 형식적 동의와 관리절차를 통해서 위험성 담론을 무력화시키고 과학적 연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위험성 담론을 넘어서, 몸들의 대상화·상품화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인지된 동의에 의한 자율적 선택권을 넘어서는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또 하나의 대항담론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의 몸들의 생산성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였다. 줄기세포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형성되고 임상적 적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여성, 환자, 장애인의 몸들은 단지 연구의 자원이 아니라 연구의 참여 주체로서 행위성을 지닌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가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부가가치는 의과학자들의 지식노동과 연구에 참여하는 몸들의 협업을 통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과 통제권을 의과학자들에게만 부여하는 현행 특허제도와 의사결정구조는 부당하다. 또한 몸들은 줄기세포 연구가 약속하는 '희망'과 '해방'이라는 지배적 수사가 유토피아적 허구이며 '정상성'에 대한 공적 '공포'를 통해 작동함을 보여주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페미니즘적 과학정치의 구상을 위해 몸들의 생산성에서 출발하여 자본과 권력에 포섭되지 않는 몸들의 자기가치증식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