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후 세대 비평가로서 뛰어난, 독자적 비평의 경지를 보여준 유종호 비평에 대해서 그 원질이 무엇인가를 밝혀보고자 한 논문이다. 그 비평적 원질의 정향성으로 '어문민족주의'의 개념을 설정하고, 그 기원과 형성 과정, 역사적 배경, 영향 관계 등을 두루 파악해 보고자 한 논고이다. 한국 현대 비평사 논구를 위한 이와 같은 인식관심의 맥락 속에서 연구 대상 비평의 당대적 특질은 역시 비평적 입장들이 첨예하게 부딪힌 (비평적)논쟁의 문맥 속에서라 보아, '비평의 기능' 문제를 둘러싼 당대의 동 세대 비평가 김우종과의 논쟁, 그리고 소설가 장용학과의 '한자어 표기 논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으며, 이와 같은 실증적 탐구 이후에 그 비평의 원형질이 본래 영문학도 출신으로서 현대의 '영문학'이 지닌 이념적 정향성과 무관할 수 없는 영향 수수 관계 속에서 그의 비평적 원형질의 이념이 파생될 수 있었다고 보아, 《Scrutiny》를 주도적으로 발간함으로써 현대 영문학 연구의 초석을 놓았던 F. R. 리비스 등의 비평 이념과 그것이 어떤 상동 관계 속에 놓인 것인지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논구의 맥락 속에서 전후 비평가 유종호의 청년기적 원형질이 가장 잘 드러난 비평적 문장으로는 「토착어의 인간상」을 꼽아 ‘토착어주의’라 이름지을 수 있는 그의 비평적 원형질을 역사적으로 형성시킨 역사적 동력, 조건은 한국의 전후 세대가 숙명적으로 겪고 체험할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 경험과 해방, 그리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극의 연속된 역사 경험이었으며, 거기에서 낳아진 '약소민족'이라는 민족적 비애감의 정체 의식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가 동력의 문화사적 소명 의식이 '어문민족주의'라는 또 하나의 시대적 계몽 의식의 형태로 발현하였다고 파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