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과정에서 근대적 텍스트로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서간(書簡) 양식에 대한 논의이다. 서간을 서간 그 자체로 연구하기 위하여 기존의 문학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문화 및 글쓰기(écriture)의 장(field)'에서 논의를 하였다. 먼저 1900년대부터 30년대까지 간행된 대표적인 서간문범과 서간문집을 정리하고 당대의 서간 이론을 소개하였다. 그 결과 근대 서간양식은 척독류의 교본 단계로 출발하여 연애 서간 문집의 유행을 거친 후 문인 서간 문집으로 변화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연애서간집 『사랑의 불꽃』에 실린 텍스트를 중심으로 서간의 외적 형식과 내적 형식을 분석하였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자기 이야기'의 의미화와 사회적 소통의 다양화라는 서간양식의 기능도 밝혔다. 논의 결과 근대 서간양식의 변천은 언문일치문장, 구어체를 통한 사회적 소통의 근대화 과정의 산물이며, 그 과정에서 문학 지향성의 긍정적 측편과 함께 상업적 통속화의 한계도 드러났음을 밝혔다. 언문일치에 대한 보편적 근대인의 복합적인 욕망, 이것이야말로 근대적 서간양식의 내적 논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