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조선 후기 한글 필사본 가운데 특히 천주교 교리서들의 유통에 대해 밝혀보는 데에 있다. 당시 천주교 교리서 가운데 한글 필사본의 비중은, 한국에 와서 서적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정리하여 출간한 프랑스인 Mouris Courant의 『韓國書誌』 소재 천주교 서적 목록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를 분석함으로써 천주교 관련 서적들에서 한글 필사본이 대종을 이루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었음을 규명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열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처벌될뿐더러 소유하고 있다가는 그대로 핍박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천주교의 교리서들도 거의 공공연하게 필사본의 형태로 나돌기도 하고 혹은 매매되고 있었을 정도였다. 특히 그런 속에서도 『교요서론』 에 대한 대목이 주목된다. 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음은 물론, 『교요서론』 역시 한글 필사본으로도 전해지고 있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남회인南懷仁Fernand Verbiest의 『교요서론』 이 당시 한국에서 주로 한글 필사본의 형태로 널리 유포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아울러 이 책이 이 시기 천주교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끼친 교리서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19세기 중반의 한국 천주교회는 대부분이 중인층 및 하층민을 일부 포함하여 평민 위주의 신자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분석되는데, 이러한 천주교 신자 급증의 저변에는 『교요셔론』 을 위시한 한글본 교리서의 필사 및 유통으로 말미암아 한글밖에는 몰랐던 여성 및 평민층이 대거 천주교 신자로 입교하는 경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겠다. 이것이 바로 『교요셔론』 으로 대표되는 한글 필사본 천주교 교리서 유통의 배경과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