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의 경우 전형적인 사법(私法)의 영역으로 다루어지는 가족법에 있어서 혼인법·친자법 등의 친족법과 상속법의 각 영역마다 개인 상호간의 사생활관계를 부인하고 오로지 국가권력 주도하의 통치관계 내지 공생활관계를 규율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가족법을 자연히 공법(公法)으로서의 성질을 띠게 하며, 이는 법 규정상 사회주의대가정 건설이라는 가족법의 사명(동법 제1조)과 가족법을 위반한 공민에게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도 가하도록 하는 제재 규정(동법 제54조)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으며, 남북한 가족법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주요 근거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가족관계는 수령론에 의하여 왜곡되어 있는 주체사상이 초헌법적 원리로서 가족법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노동당의 지시와 더불어 조리(條理)라는 불문 가족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 한국의 가족법의 제정은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단계와 방식 및 통일 헌법의 모습에 따라 법적 접근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존엄과 자유, 양성의 평등 및 사적 자치가 핵심적인 골격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특히 북한의 가족법이 사회주의대가정 건설이라는 구호 아래 가장 사적인 관계로서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할 가족관계에 대하여 통치관계로 파악하는 공법적 성질은 남북한 가족법의 본질적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임은 물론 장차 통일 가족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수용의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