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와 함께 수립된 노사정위원회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형식적 제도화의 수준을 높여간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불안정해져 왔다. 이는 ‘형식과 실질 간의 괴리’ 혹은 ‘저신뢰의 제도화’ 등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노사정위원회의 ‘형식과 실질 간의 괴리’를 서유럽 사회합의주의 논의의 두 흐름, 즉 슈미터류의 이해중재체계와 렘브루크류의 정책형성체계 속에서 포착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슈미터류의 위계적 구조는 공동결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정상조직을 향한 의사결정의 축적으로서 ‘집적(concentration)’과 산업부문의 모든 노동자를 조직적으로 통합하는 경향으로 이해되는 집중(centralization)‘의 두 측면을 요구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와 기업별노조체계의 역사가 강제한 구조적 힘은 집적과 집중을 방해하면서 이해중재 체계를 협해화시켰다.
한편, 노동계의 강력한 노사정 3자주의 형태의 도입요구는 외견상 노사정위원회의 법제도적 안정화 및 위상강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곧 비정규직 문제에서처럼 조직노동으로 포괄할 수 없는 성격의 의제에서 ‘공동결정의 함정’에 빠짐으로써 실질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노사정위원회의 이해중재체계는 정책형성체계와 관련성이 높은 정규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문제와 관련된 핵심의제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조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노사정위원회의 형식과 실질간의 괴리는 사회합의주의의 두 유형간의 괴리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