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이기영의 일제 말기 작품의 심층을 관류하는 생산력주의의 특징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대지의 아들」에서 싹을 보인 생산력주의는「동천홍」과「광산촌」에서 산업적 근대성에 바탕한 본격적인 생산력주의로 발전한다. 「대지의 아들」에서 개양툰 농장의 현재는 계급적, 민족적으로 뚜렷한 갈등을 찾아볼 수 없는 무갈등의 시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조건에서 개양툰 농장은 조선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소출을 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지의 아들」에서 계급적, 민족적 갈등이 무화된 유토피아를 통해 생산력주의를 강력하게 표출했다면, 한설야는 만주를 배경으로 한 생산력주의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근본적인 지점에서 바라보았다. 일제 말기 생산문학론과 관련해 이기영은 최재서의 생산문학론에 한설야는 임화의 생산문학론과 근친성을 보인다.
「동천홍」과 「광산촌」에 나타난 생산력주의는 신체제를 용납할 만큼 절대적이다. 「동천홍」과 「광산촌」은 생산력주의를 다룸에 있어, 강조점이 각각 다르다. 「동천홍」이 생산을 가능케 하는 일상생활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광산촌」은 실제적인 노동의 현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작품에 나타난 노동형태는 일종의 충격 작업에 해당한다. 그동안 「대지의 아들」, 「동천홍」, 「광산촌」등에 나타나는 상호경쟁과 집단주의는 군국주의와의 관련성 속에서 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사회주의적인 측면과 이기영 문학의 내적인 연속성 측면에서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들 작품에 나타난 노동형태가 스탈린 시기 소련의 대표적인 노동형태인 소련의 충격 작업과 비슷하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넘어서 생산력의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와 스탈린주의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이러한 상호경쟁과 집단주의는 사회주의에서 강조하는 공동체와 연대성의 특권적 지점으로서의 노동이라는 이상과도 관련된다. 누구보다도 견실하게 사회주의적 문제의식을 견지했던 이기영에게 이처럼 강력한 생산력주의가 발현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기영이 일관되게 보여온 봉건적 유제와 의식의 문제점에 대한 예민한 인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기영은 일제의 존재와 그 의의를 희미하게 여길 정도로, 전근대 극복의 절박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생산력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일제 말기 작품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봉건적인 문제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이기영은 우선적으로 근대적 생산력의 발전을 우선적으로 원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