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단군신화에 담긴 정치사상을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하나는 공동체나 정치와 목표 또는 역할에 대한 고대인의 관점으로서, 특히 홍익인간 사상에 대해 주목하였다. 환인이 지상세계에 대해 갖고있던 생각으로 나오는 홍익인간은 실제로는 국가와 정치에 대한 고대인의 관점이나 염원을 반영한 용어라 할 수 있다. 홍익인간사상은 인간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인본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인간의 복지와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것에 대해 반대하는 비판안목을 제기해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단군신화가 말하고 있는 동국사의 출발과 관련된 집단정체성 인식에 대한 것이다. 동국의 역사는 자주적으로 출발하였고, 중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며, 이후 동국의 제국가-왕조는 모두 단군의 후손이라는 내용의 자기집단정체 인식이 단군신화 속에 담겨있다. 이 측면은 단군신화가 갖고있는 정치사상적 내용의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이다. 논문에서는 고대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가 후대의 정치사상적 사유를 풍성하게 만들고 역사의 주요국면에서 인용되고 활용되었음에 주목하였다. 특히 한국사를 민족과 자주·통일·민주·복지·정의의 방향으로 진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 조류로의 단군민족주의가 이 단군신화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중시하였다. 단군신화 속의 홍익인간 정치사상은 중세기를 통해서는 잊혀졌지만, 1920년대로 들어서면서 통일민족국가 건설운동의 지도원리로 부활하였고,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까지 자리잡게 된다.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단군의 자손으로의 집단정체의식은 한말에 들어 대중화하면서 조선민족의 민족적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이 단군민족주의가 제공한 기제에 의해 한민족이 근대적 민족으로 진화하게 되었고, 자주독립과 통일과제에 대한 가능성과 당위성의 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