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고학(古學)'의 주창자로 유명한 이토 진사이(1627-1705, 이하 진사이)의 '천하공공(天下公共)의 도(道)'라는 명제에 착목하여, 그의 주자학 비판과 유학적 구도 재편에 내포된 동시대적 의의를 검토한 것이다.
그의 '천하공공의 도'라는 명제에는 유학적 윤리를 의미하는 '도'는 '천하공공'의 것으로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 의해 '공공되는' 사실이자 '공공되어야만 하는' 규범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공적인 것'을 의미하는 '공(公)'에 '모두 함께'라는 의미의 부사구 '공(共)'을 결합시킴으로써 '천하공공'이라는 명제를 통해 자신의 사상적 영위를 동시대적인 공공론적 탐구로서 명확히 위치지우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진사이의 '천하공공(天下公共)의 도(道)'는 생활세계의 현장성이라는 바탕에서('自然'), 고전과 '천지'의 '생생(生生)'을 그 이념으로 한 개별적인 성실과 타자에 대한 관용의 실천을 통해 자기형성을 꾀하는('人爲') 과정을 중시한 주체형성론과, 생활세계의 공동성에 기반하면서도 그것을 초월하여 보다 넓은 타자에 열린 보편성을 추구하는 대화적·협동(協動)적 공공 탐구의 동시대적 제안이었다. 그것은 주자학에 배태된 엘리트주의나 그리고리즘을 낳는 '리(理)'의 고착화를 뛰어넘어, 『맹자』의 이상주의를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생(生)의 육성이라는 모멘트를 갖는 '사랑(愛)'을 그 정의론의 토대로 삼음으로써, 그 양면의 모멘트가 상호적·상보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처음으로 이론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작업의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정치도 민생론에 규정받는 인위적 활동으로 재정위되고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세계로부터 정치에 관여하는 길을 여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한편에서는 관민대립론적 차원에서의 정치적 변혁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또한 단지 생활세계 그 자체에 회수되거나 그 자체를 대상화하는 것도 아니었다. 생활세계에 뿌리를 두면서 거기로부터 더 넓은 공공적 '생(生)'이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낮은 데서 높은 데로'의 탐구적 과정은 현장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을 잇는 공공론적 탐구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