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경학가(經學家)이자 정치사상가인 강유위(康有爲)와 장병린(章炳麟)의 정치사상을 이들의 경학사상과 연관하여 분석한다. 경학(經學)은 중국 사상사의 중요한 특성을 이루며 후한(後漢)이래 중국의 경학은 금문경학(今文經學)과 고문경학(古文經學)으로 분파하게 된다. 금문과 고문간의 경학적 논쟁과 관학적 위상의 경쟁은 이천년 중국 학술사적 논쟁과 정치적 선택을 분화시켰고 근대중국에서도 이 경쟁은 치열했다.
1890년대 말 변법자강운동은 강유위(康有爲)가 재활(再活)시킨 금문경학의 개혁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한편, 20세기 초 혁명파의 배만(排滿)혁명이론은 고문·한학(漢學)의 대가 장병린의 민족주의사상으로부터 연원했다. 즉 근대경학사상은 근대중국의 개혁 및 혁명운동에 사상적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그들은 안으로 사회·경제적 질서의 쇠퇴, 밖으로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 의해 역사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근대 중국에 전통경학의 근대적 해석을 통해 현실 역사의 위기 극복을 위한 사상적 근거를 마련하려했다는 것이다.
강유위와 장병린은 서로 다른 경학적, 정치적 입장을 지녔으나 이들의 사유와 실천은 지식사회학적 패턴은 유사성을 지녔다. 즉 강유위나 장병린은 당대의 정치사회적 문제의식을 기존질서의 변화(개량, 혁명)에 두었고 이를 정당화시키는 사상적 근거는 전통경학을 재해석하여 구성하였다. 이들은 정치사상이 근대적 문제의식이었다는 측면에서 근대적 정치사상의 선구였다. 그러나 이들이 표현하고 구성한 담론체계는 전통경학의 재해석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이들은 전통사상의 마지막 세대에 속하는 것이다. 강유위와 장병린은 개량과 혁명의 정치적 선택은 달랐지만 지식사회학적으로 보아 양인은 공히 경학적 정치사상가로 분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인의 경학적 정치사상은 중국근대정치사상의 대단히 중요한 지식사회학적 특성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