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집회는 '소녀들'에 의해 점화된 이래로 다양한 여성들의 주도적 역할 아래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 여성들은 대부분 정치와는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로서 그 어떤 사전 조직 없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것은 기존의 운동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촉구함과 동시에 지구화 시대 정치적 주체로서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 속에서 본 논문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녀'는 누구인가, 한국 민주운동의 집회 풍경을 바꾸어 놓은 저 여성들은 '어떤 국민'이며 '어떻게 정치적 주체가 되었는가'를 질문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지구화 시대 국민국가와 주권 및 국민의 안전 문제, 글로벌 소비주체와 국가의 관계, 그리고 디지털환경과 생활세계의 연관성에 대한 탐구를 수행한다. 특히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을 통해 전면에 부각된 생활정치와 생명정치의 연관성을 밝힘으로써 본 논문은 그동안 주로 여성들이 관장해 온 생활세계에서 새로운 민주정치의 비전을 찾고자 한다. 돌봄과 협력을 기반으로 살림경제를 해왔던 여성들의 훈련된 생명감수성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대안적 정치세력의 믿을만한 토대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생활밀착적인 지역운동의 활성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