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히잡의 상징성은 여성주의 종교담론에서도 핵심적인 논쟁의 주제로 최근 부상하고 있다. '복종과 평화의 종교'로서 이슬람은 그 어원적 의미와는 달리 가부장적인 제도 아래 여성들을 억압하고 고립시켜 그녀의 권리를 유린하는 여성차별적인 종교인가? 아니면 다른 종교들보다 앞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며 여성의 사회참여를 미리 예견하고 실천한 양성평등의 종교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필자는 먼저 이슬람 외부자의 고백론적 입장에서 이슬람과 무슬림 여성의 히잡을 '억압'의 상징으로 비판하는 기독교 여성신학자들의 주장을 분석했다. 그들은 기독교의 메시지를 무슬림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히잡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이슬람 내부자의 환원론적 입장에서는 히잡을 서구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지지해 왔다. 우리는 상호 충돌되는 두 입장을 동시에 극복하면서 종교현상학적 해석을 통하여 다차원적 종교상징으로서 히잡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필자는 7세기에 집성된 꾸란과 9세기에 수집된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을 분석하여 히잡이 초기 이슬람 사회에서 형성되었다기보다는 후기 이슬람의 확산과정에서 유입되면서 가부장적 제도와 결합하여 강화되어 정착된 것으로 설명했다. 꾸란의 남녀유별관은 유대·기독교 세계관보다 현대 여성주의 관점에 가까운 양성평등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일부 언행록은 여성을 본성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한 유혹자로 간주해 히잡착용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앞으로 다차원적 종교상징으로서의 히잡착용에 대한 여성주의 담론은 이슬람 세계관의 공감적 이해와 상황의 심층적 분석을 균형 있게 시도함으로써 그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조명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