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다루는 판놀이(Board gama)는 특정 놀이판인 말밭(Board) 위에 각자의 놀이말을 가지고 순번대로 노는 놀이를 가리킨다. 말밭(Board, 말판)과 놀이말(말, 器物)를 필수요소로 하며, 놀이방식에 따라 주사위류(Dice)의 보조도구를 수반하기로 한다. 이와 같은 판놀이는 위계적 성격에 따라 장기형과 바둑형으로 구분하고, 보조 놀이도구의 유무에 따라 윷놀이형과 바둑형으로 대별되며, 놀이말을 운용하는 놀이방식에 따라 바둑형, 장기형, 바둑장기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판놀이의 여러 성격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위적인 구분이다.
몽골의 판놀이는 매우 다양한데, 위와 같은 관점에서 분석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놀이말의 위계적 성격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때, 몽골의 판놀이는 위계적인 '장기형' 놀이보다 위상적인 '바둑형' 놀이가 많다. 이는 위상성(位相性)을 중시하는 유목문화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둘째, 보조 놀이도구의 유무를 기준으로 삼을 때, 몽골의 판놀이는 두 유형 모두가 두루 존재하며, 보조도구로 동전, 견갑골, 파즈 실 등을 쓴다.
셋째, 놀이말의 운용 방법에 따라 '바둑형'과 '바둑장기형'이 두루 공존하나 '바둑장기형'이 더 많다.
한국과 몽골의 판놀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참고누형 판놀이'이다. 참고누는 한국과 몽골의 양국의 양상이 동일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고누판을 새긴 유물 4점이 존재한다.
황해도 봉천군 원산리 청자가마터(10세기 초)에 발굴된 참고누가 그려진 갑자 1점과 송림사 오층전탑(보물 제189호)에서 수습된 참고누판 1점 및 개성 만월대에서 수습된 참고누판전돌 2점이다. 이 유물들은 참고누가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졌고, 단순히 놀이용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참고누는 중국, 인도 등에서 전승되고 있으며, 바빌론 기호라는 이름으로 중근동 여러 나라에서 발견된다. 이런 점을 들어 단순 놀이용이 아닌 특정 의례용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하게 한다. 이 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판놀이를 새삼 주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