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각 정당에서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 여론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 문제점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당이 여론조사 방식에 주목하게 된 것은 개방적 참여는 필요하지만 조직, 돈에 의한 동원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인물을 선출함으로써 본선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공직 후보 선출에 활용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선호의 표출이나 의사표현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여론조사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단순한 의견 표명일 뿐 그러한 의사 표현에 따른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반면 투표는 자신의 한 표가 승자 결정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 정당 정치를 약화시킨다.
정치적 혐오감이 높은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의존은 정치권 외부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만든다. 셋째, 여론조사의 활용은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자 선정에 당과 무관한 일반 유권자의 뜻이 반영되는 반면 당원들은 정치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네 번째, 여론조사는 표본오차나 비표본오차로 인해 기술적으로 항상 정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