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독일과 영미권을 포함한 한국에서의 현상학적 교육학의 주된 연구 패러다임은, 현상학의 '실재론적 접근'의 주요 개념들인 생활세계, 신체(몸), 환경, 행위 등과 같은 범주를 통해 교육사태를 '맥락주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아동의 지각 및 행동을 '현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접근방식은 응용현상학으로서 현상학적 교육학이 학문내적 한계로 인해 선험적 주관성이나 현상학적 환원의 본래적 차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전반적인 인식에서 기인한다. 그럼에도 후설의 선험 철학적 현상학에 기대어 아동 의식의 구성과정에 접근하려는 시도도 간혹 있었다. 이 논문은 바로 그러한 발생론적·초월적 현상학적 접근에서 인간의 학습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논문은 의식의 선(先)반성적, 선(先)술어적인 작동의 차원인 비(非)정립적 의식을 독특하게 해명해 준 후설(Husserl)의 아이디어에 주목한다. 이 개념을 통해 창조적 개념의 산출, 발견적 도약, 돌발적 이해과정 등과 같이 전통적인 학습이론인 '단선적 진보 모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학습 현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비정립적 의식 개념을 통해 인간의 학습현상에 대한 일반론적인 해명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질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