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범죄는 그 행위의 특성상 형벌이 쉽게 부과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로써 비슷한 행위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억지력을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법제도도 이미 이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고 있어서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벌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행정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업범죄는 그 수나 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엇보다 이러한 위법행위가 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이러한 불법이익을 넘어서는 금전적 제재가 과해질 필요가 있고, 이러한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범죄 억지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은 이러한 관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위한 여러 논거를 정리해 보려는 시도이다. 요약해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론적으로는 민사와 형사책임의 중간영역에 위치하는 일종의 배상형으로 간주될 수 있고, 현실적으로는 불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회하는 배상액을 부과함으로써 범죄행위에 대한 높은 억지력을 가질 수 있으며, 기업범죄에 대한 수사과정이나 범죄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형사절차가 갖는 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이 제도는 형벌이 갖는 도덕적 성격을 일부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송의 진행과정에서 고의의 입증을 통해 형사절차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갖는다. 형벌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이중처벌의 문제는 양 절차가 서로를 실질적으로 고려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배상액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미 이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고 있고 또 미국과 달리 전문법관만이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끝으로 이 제도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불법한 이익을 노린 고의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이제 우리 기업도 엄격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