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유럽통합이라는 지역적 통합과 독일 통일이라고 하는 민족 통일의 상호관계를 역사적으로 연구한다. 민족 통일과 지역 통합의 장기적 상호관계의 분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잠정적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민족 통합과 지역 통합은 이론적·원칙적으로 보았을 때 서로 대립적일 수 있지만 독일의 경우 장기적·실질적으로 오히려 친화적인 결과를 도출해 냈다. 물론 유럽과 독일의 경우 두 경향이 친화적일 수 있었던 이유와 조건은 서독이 흡수통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2) 더 나아가 단기적 통일 과정을 분석하면 독일의 통일과 유럽의 통합이 서로 급속한 진전을 가능하게 한 시너지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물론 이 같은 시너지의 관계는 구조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주요 행위자들의 효율적인 선택과 전략의 결과이다. 3) 통일 이후의 과정에서도 독일의 통일은 동서 유럽의 통일에 하나의 모델 또는 역 모델로 작동하였다. 독일의 통일과 유럽의 통합은 모두 비용의 경제적 논리와는 무관하거나 이를 크게 초월하여 진행된 미래에 하나의 정치적 단위를 형성하기 위한 연대의식과 공동체적 사고의 결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