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시작된 제2차 북핵위기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북핵문제는 이미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국제정치 게임의 대상이 되었고, 동북아 역내 미중 간 이해관계에 있어서 첨예한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핵문제의 전개와 해소에 있어 미중관계는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배제한 북핵문제의 이해 및 대응정책이란 공허하다. 이 글은 미중관계의 전개와 북핵문제의 상호관계를 추정하고, 그 함의를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미중관계의 성격은 그 '미묘함'과 '복잡성'에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 간 해법을 독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2009년 미국 오바마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미중관계는 중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중관계에 대한 이해는 규모나 사안의 복합성으로 인해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정책적 함의는 대단히 크다.
북핵문제는 21세기 들어 미중 간 협력의 정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Topos)이 되었다. 동시에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 간 협력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북한이 핵을 활용하여 미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의 수준도 증대되고 있다. 미중은 비핵화, 핵확산 방지, 안정우선의 원칙에는 일치하면서도, 이를 달성하는 방식에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핵문제 해결전망에 암운을 드리운다. 미중 간 정치적 게임의 장으로 전화하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