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사 신문화 운동 전후 시기 중국 출판 시장의 변동 과정과 그 내용을 『동방잡지(東方雜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1897년 일본의 자본에 의해 근대적 출판사로 출발한 상무인서관은 1904년부터 종합성 잡지인 『동방잡지』를 출간한다. 이 잡지는 1948년 12월 종간될 때까지, 여러 역사적 사건의 원인들로 인해 수차례 편집진과 편집 방향의 변동 과정을 겪는다. 그 가운데 본 논문은 오사 이전 최대의 판매량을 자랑하던 상무인서관의 잡지들이 사회 가치의 변동에 따라 경영 상 위기를 맞게 되고, 그에 대응하여 신문화 담론을 흡수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당시 전체 출판 시장에서 발생한 양적 그리고 질적 변화의 내용을 추적하고자 한다.
본문에서는 먼저, 뚜야취엔(杜亞泉)이 편집자를 맡았던 1914년부터 1920년 시기 ??동방잡지??의 판매량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이 당시 근대의 가치에 대해 미온적 혹은 부정적이었던 이들의 태도가 잡지의 사회적 역할 인식 정립과 함께 그 지향의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 실제 지식 담론 내부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논쟁, 예를 들어 백화문을 둘러싼 개념상의 논쟁을 통해 이들이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던 보수적 가치관과 근대 국민국가 개념을 전제로 한 근대 독자군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어떠한 논리 전개의 과정으로 연결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오사 이후 『동방잡지』의 편집상의 구체적 변화와 함께 이들 텍스트에 등장하는 “관수지식(灌輸知識)”이라는 구호가 어떤 지식사회 내부의 논쟁적 맥락을 통해 출현하게 되는지를 재구성하고 있다.
본 논문은 오사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대표적 두 가지 시간관, 즉 오사를 역사 전개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는 관점과 청말 이래로 지속되어 온 변화의 연속선 상 또 다른 한 지점으로 파악하는 관점에 대해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순수한 실증의 의미로 보았을 때, 오사가 이전 만청 시기의 각종 사조로부터 촉발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며, 본 논문의 시각은 이러한 질문들이 오사를 절대성을 지닌 근대성 이데올로기의 기점으로 파악하는 시각에게 더 넓은 연구의 범주를 제공해준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 당시 출판 산업의 변동에 대한 파악을 지식 사회의 네트워크[網絡]라는 관점으로 파악하고자 한 점은 바로 이러한 두 시간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하나의 대안적 방법론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역사 사실에 대한 부단한 역사화의 반추 과정은 그 해석에 있어서 특정한 맥락의 전유를 극복하고, 그 대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는데 선결 조건이 될 것이며, 이는 역사 텍스트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소명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