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개괄적 고의 사안'이라고 일컬어지는 '인과과정 착오 사안'은, 행위자가 인식·의도한 것과 발생한 객관적 구성요건 간에 불일치가 존재하는 경우라는 점에서 사실의 착오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구체적 인과과정의 모든 경과를 행위자가 낱낱이 인식하고 의도할 수 없다는 반론은, 의도한 인과과정과 실현된 인과과정의 본질적인 상이함이 있는 경우를 고의귀속단계에서 구별해내야만 한다는 규범적인 요청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의 한계를 지적하지 못한다. 다른 사실의 착오 사례와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인과과정의 사실적 차이를 고의귀속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은 구체적 부합설의 일관된 결론이다. 이에 따라 인과과정의 착오에서도 우연히 잇따르게 된 인과과정의 결과를 행위자 고의로부터 비롯된 것 귀속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과과정 상의 사실적인 불일치가 중요한 표지가 될 때, 그 차이의 상당성 내지 본질성 판단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그 기준의 모호함 역시 구체적 부합설의 결함이 될 수 없다. 구체적 부합설의 가치는 개별적인 구성요건 간 차이가 분명하게 준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고의귀속을 판단할 때에 그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사례군을 반드시 가려내야만 한다는 '당위'에 놓여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