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한반도 통일과정은 결코 미리 그려진 통일방안이나 예정된 경로로 진행되지 않는다. 또한 실제의 통일은 결코 합의에 의한 대등통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통일이 시작되는 순간 이후 통일과정은 가장 냉정하고 냉혹한 힘의 관계를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과정의 원칙으로 '역동성' 즉 힘의 우위 세력이 주도하는 구심력의 급속한 통합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과 결과가 분단시대보다 나은 삶의 질을 가져온다는 '진보성'의 원칙은 훼손하는 것은 막는 것이어야 한다.
독일의 통일과정은 동독주민의 급속한 통합 요구에 밀려 급격한 흡수통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역동성의 극적인 사례를 보여줬고, 예맨의 경우는 통일합의 후 재분열과 무력통일이라는 참담한 역동성을 보여주면서 진보성을 훼손한 극단적 사례를 보여줬다.
결국 한반도식 통일과정이 역동성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진보성의 원칙을 견지하려면 본격적인 통일과정 진입 전에 되도록 오랜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준비과정과 남북의 상호 민주화를 필요조건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