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전 세계적 확장, 그리고 그와 함께 이루어진 다국적 미디어 기업의 지배력 확대는 각종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 및 광범위한 보급과 더불어 '대중문화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popular culture)'의 속도와 범위를 크게 확장시켰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세계화는 전 세계의 대중문화가 각자의 개성을 잃고 서구(미국) 대중문화에 의해 동질화(homogenization)되어 버린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고유의 지역문화가 전 지구적 대중문화와 만나 각종 혼종화(hybridization)의 양상을 드러내며 대중문화의 다양화에 밑거름이 된다는 긍정적인 관점 역시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대중음악은 많은 대중문화 분야 가운데에서도 이러한 대중문화의 세계화에 따른 동질화와 혼종화의 모습이 가장 가시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대중음악 장르의 형성 자체가 여러 문화 요소의 변종화 혼합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과 아울러, 다른 문화 장르에 비해 비교적 이질감이 적고 접근이 용이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힙합(hip-hop) 음악은 그 장르적 특성상 세계화가 빠르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르이다. 한국의 창작자와 수용자들 역시 힙합 특유의 이러한 장르적 특성에 의해 힙합 음악을 수용하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의해 본래 그것이 가지는 계급적이고 인종적인 색채와는 반대로 '중산층 청소년들의 음악'이자 '세계화의 척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로 음악의 특성을 바꾸어 버렸다. 이러한 국내의 힙합 음악 수용 양상은 대중문화의 세계화 과정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대중음악의 동질화와 혼종화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