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백석동 유적에서는 한반도 중서부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청동기시대 취락이 확인되었다. 유적이 위치하는 아산만지역은 역삼동·흔암리유형 유적들이 밀집되어 분포하고 있다. 아산만지역 중에서도 백석동 유적이 위치하는 곡교천유역 일대는 그 분포밀도가 가장 높은 곳에 해당한다. 여러 유적들 중에서도 백석동 취락은 존속기간이 가장 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시간에 따른 물질문화의 변화상과 함께 취락의 발달 과정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매우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고의 목적은 천안 백석동 청동기시대 취락의 양호한 연구조건을 토대로, 유적의 정확한 시간적 위치와 그에 따른 물질 문화의 특징과 변화상을 파악하고, 취락의 형성과 소멸과정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백석동 유적의 편년은 발형토기의 구연부 형태분류를 통해 3시기로 구분하였다. 시기별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1期주거지의 분포는 구릉의 능선을 따라 線狀으로 배치되었다. 각각의 주거지는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했던 것으로 보이며, 상호간에 관계는 병렬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2期에는 전단계에 점유되지 않았던 공간을 확보하여 주거지들이 조성되었다. 1期와 큰 구조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3期에 이르러 주거지 수가 급격히 증가 하게 되며, 일정공간에 군집되어 하나의 주거군을 형성하게 된다. 각각의 주거군은 입지 조건, 주거지 숫자, 주거지 구성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중핵적 주거군이 취락의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그 주변부에 중·소규모의 주거군이 분포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이후 백석동 취락은 청동기시대 중기에 이르러 소멸되는 양상을 보인다. 소멸원인은 논농사에 적합한 지형적 경관을 갖춘 지역으로 취락구성원들이 이동해간 것으로 파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