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1891~1965)은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 좌파이며 역사학의 영역에서는 민족주의 사학자 혹은 '문화사학자'로 분류된다. 그는 '조선학'을 재정의하고, '조선학운동'에 적극 참가했던 인물이었다. 1931년 신간회 해소 시기부터 1930년대 중반 '조선학운동' 시기까지의 안재홍의 조선 역사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시계열적으로 검토함으로써, 1920년대 그의 조선 역사와 문화인식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나아가 식민지 민족주의계열의 학문적 실천과정인 '조선학운동'에 접근하고자 했다.
안재홍의 삶을 역사가와 민족운동가가 병행했음을 전제로, 그는 신간회 해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족적 정치 조직체'를 구상했으며, 이러한 정치적 의도가 정약용 연구와 민족사의 서술로 대표되는 '조선학운동'에 반영되었다고 보았다. 아울러 안재홍의 민족사 서술은, 비록 1920년대와 비교해서 '사대 주의', '당쟁'을 비판했던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1930년대 '조선학운동' 시기에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민족 고유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일부의 현상으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해서 민족 구성원의 역량 집중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다시 말해 1930년대에도 그에게 정치운동과 문화운동은 상호 교차·병행된 실천 활동의 연장선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