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는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인류학계에서 그다지 비중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세시는 시간리듬의 반영임과 동시에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보여 주는 기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르켐이 공동체와의 상관성 속에서, 에번스-프리처드가 시간과의 연계 속에서 연구를 수행한 바가 있다. 김택규는 세시의 기원과 분포에 대해서 치밀하게 연구하였으며, 세시를 시간과 연결시켜서 이해하였다.
본 논문은 공동체 세시인 정월 세시와 단오의 소멸을 시간리듬과 농업의 근대화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였고, 경기도 한 마을 주민들의 가치 부여방식과 연결시켜 이해해 보고자 했다. 정월 세시는 음력에 따른 세시로서 사람들은 윷놀이 등을 통해 1년 농사를 점치고, 닥쳐 올 힘든 노동에 대비하였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서 모내기와 보리 수확이 겹치는 시기에 해당되었던 관계로 길게 놀지는 못하고 그네를 매어 여성들이 휴식을 취하였다. 양력과 요일주기의 도입 등에 따른 생활리듬의 변화와 농업의 근대화는 D마을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단오는 1970년대 초에 정월 대보름은 2000년 초에 소멸되었다.
다양해진 주민들의 시간리듬 때문에 마을공동체는 상징공동체가 되었다. 2009년이면 없어질 D마을공동체를 대체할 새로운 공동체의 출현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순환 시간체계인 세시의 출현은 좀 더 많은 시간을 요할 것이다. 한국 사회 전반도 D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며, 새로운 축제를 통한 여러 시도들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