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생의 중후반기에 예술가로서 새로운 삶을 기획하게 된 세 명의 초보 예술가를 대상으로 무엇이 이들의 전환적 삶을 가능하게 했는지 주요 생애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두 번의 결정적인 '전환'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예기치 못한 '가족의 죽음'을 직면하면서 경험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존재적 위기를 지나면서 경험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외형적으로는 동연적인 파장과 패턴을 보이지만 이 두 가지 변화를 동일한 차원으로 볼 수는 없다. 첫 번째 사건 이후로의 시간은 삶의 '지속'을 단절한 시간이었다. 물론 그 안에서 치열한 생존의 노력과 학습이 활발히 일어나지만 절저히 '나'의 존재가 의식 밖으로 밀려난 '단절'의 활동이다. 즉 나로 사는 것 같으나 나의 존재가 상실된 삶이다. 반면 두번째 시련을 겪으면서는 이전과 다른 삶의 질적인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상황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고 존재적 조건으로서 의식 밖으로 그림자화시킨 과거와의 연결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과거로의 팽창을 통해 나를 환기시키는 상징적 단서인 '꿈'을 재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현실의 구체적인 예술적 도구와 연결되면서 현재의 가능성을 다시 붙들고 갈 수 있는 시작점을 찾게 된다. 여기에서 꿈은 그때그때마다 존재를 구성해간다는 의미에서 잠재성이고, 그래서 꿈은 지금 나의 실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