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와 그에 따른 민족국가의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라는 거시적 틀 속에서, 자본주의적 민족국가의 분자적 집단으로서 가족은 자신의 사회적 재생산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개발국가의 경우, 산업 자본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남성 가장 중심의 안정적인 가부장적 가족 제도의 경제적, 사회적 토대는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아울러 교육 부문에 있어서 개인주의의 변성과 시장주의의 확대로 인해 민족국가-교육-가족의 연결고리가 침해되고 있다 조기유학은 동아시아 엘리트 집단 및 중상류층이 가족적 지위의 사회적 재생산과 상향이동을 위해 취하는 글로벌 전략 중 하나이며, 이에 따른 사회·공간적 결과는 '분절가구 초국적 가족'의 부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분절가구 초국적 가족은 사회·경제적 위험 회피와 가족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 축적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의 유교적, 가족중심주의적 이데올로기와 가족의 안정적인 물적 토대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분절가구 초국적 가족의 네트워크는 가족 내 여성의 희생과 억압이라는 불균형적 젠더 관계에 기반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구성원의 일상적 삶이 특정 도시나 장소에 뿌리내림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타협과 저항에 의해 유동적인 특성을 띤다. 이는 가족의 초국가적 전략과 네트워크가 전통적인 거리 마찰 효과와 장소화의 과정과 접합하고 있음을 함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