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사 시기 《동방잡지》에서 보이는 근대적 시공 개념의 재구성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대적 시공 개념의 이념형으로서 "문화전이기"와 "신촌" 개념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사실 이 두 개념은 오사 문화의 전반적 주조였던, 전통과의 단절, 그리고 중앙 집권적 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목표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었던 주장이다. 그런데 본 논문이 이러한 개념의 구성 과정을 추적하는 이유는 오사라는 문화의 전환기에 변화를 대변하는 사회의 태도에는 지금까지 주목돼왔던 단절론적 급진 주장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담론 상의 경쟁적 위치에 존재했던 개량적 주장들 또한 존재하면서 다층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시간의 연속성을 인정하면서 국민국가와 같은 단일적 정체성의 공간 개념을 부정한다. 이는 1차 세계대전과 제국주의의 폐해를 목도하면서 보여준 중국 지식인들의 반응으로서, 전반 서화를 추구하는 시각과는 다른 대안적 시공 관념을 모색하는 방식이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입장들이 오사의 스펙트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여긴다.
본 논문에서 주목하고 있는 "문화 전이기" 개념은 과거와 현재라는 두 종류의 시간을 단절적 관계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과정 속에서 순환과 상호 침투의 과정을 통해 역사의 동력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동방잡지》에서 주목하였던 이러한 시간 개념은 오사 진영의 전통 단절론에 대한 대항 담론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따라서 점진주의의 개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었다. 반면, 공간성 개념에 있어서 "신촌" 개념은 이른바 "지방의 사회주의(地方的社會主義)"를 표방하면서, 오사 주류의 주장인 중앙집권적 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목표에 대해 저항하는 공간 개념을 구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신촌"개념은 국가와 도시, 중앙과 지방, 그리고 도시와 농촌이라는 공간 개념 상의 이원적 대립 구도의 가운데에 위치하면서, 단일한 정체성을 부정하고 상호 부조와 분권의 정신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상상되었다. 사실, 오사 전후 《동방잡지》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 두 가지 시공 개념은 당시 보수 진영에서 모색한 이념형의 산물들로서, 오사의 주류 담론에 저항하는 일종의 대안적 근대 상상이었다. 본 논문은 오사의 구체적 담론 경쟁 구도를 조망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러한 대안적 시공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오사 주류 담론의 기원을 정확히 파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오사 서사의 복선성(複線性)을 구성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