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김동리의 소설 「밀다원 시대」에 재현된 '부산'과 '밀다원'의 대립적인 장소감에 대해 분석하였다. 「밀다원 시대」는 1951년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 온 문인들이 처했던 모습과 실존의식을 보여주는 전후소설이다. 주인공 이중구는 피난처인 부산을 낯선 공간으로 인식하며, 땅끝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밀다원 다방에서는 땅끝의식을 잊어버리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밀다원은 부산 속의 작은 서울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 온 문화예술인의 아지트였던 것이다.
서울에서 피난 온 문인들에게 부산은 결코 친밀한 장소가 아니라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공간이었으며, 그들에게 위안과 친밀감을 주었던 유일한 장소는 밀다원이었다. 이중구는 밀다원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문화예술인들과 피난민 처지를 공유하며 진정한 장소감을 갖게 된다.
이-푸 투안과 에드워드 렐프의 개념대로 표현하자면 「밀다원 시대」의 부산이란 '공간'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장소감은 소위 땅끝의식이라 표현된 '장소상실' 이라 규정할 수 있다. 반면 밀다원은 '장소'이며, 주인공의 밀다원에 대한 장소감은 즐겁고 흥분되는 감정상태를 유발하는 '장소애'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