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법원은 명예훼손적 표현이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 그 헌법적 심사기준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판시해왔다. 이것은 미국 연방대 법원 판결이 뉴욕 타임즈 사건에서 취한 헌법적 명예훼손법 원칙의 하나인 현실적 악의론에 기원한다.
공적 관심사안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양분하는 것의 타당성은 별도로 치더라도 과연 양자의 구분을 어떤 기준에서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점에 관하여 아직 한국 대법원은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으나 최근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Snyder 대 Phelps 사건에서 그 기준의 제시를 하였다.
위 사건은 미국이 취해온 동성애에 대한, 특히 군대 내에서의 관대한 입장을 신이 미워한다는 믿음을 가진 웨스트보로 침례교회의 신도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죽은 젊은 미국청년의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동성애와 군대에 대한 혐오감을 피켓시위로 표현한 데서 발단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표현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아 소송에서 면책되는데, 이 사건 피켓시위는 표현의 내용, 표현의 형식, 표현의 맥락이라는 세 가지 판별기준에 비추어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면책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과연 피고의 행위가 '의도적인 감정적 고통야기'라고 번역할 수 있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유형인 'IIED'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지금까지의 많은 미국내 법원의 판결과 궤를 같이 하여 이를 부정하였다.
위 판결의 취약점을 지적하자면, 첫째 어떤 표현을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사적 관심의 문제라는 식으로 양분하는데, 이는 설익고 부당한 이분화의 함정일 수 있다. 둘째 위 판결에 관해서는 미국사회에서의 적지 않은 비판에서처럼 지나치게 언론의 자유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일부로 전사한 군인의 장례식장에 가서 미국 군인에 대한 저주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한 이 사건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망인이 바로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을 수 있고, 이것은 망인과 그 유가족의 인격권, 명예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하튼 한국의 대법원이 앞으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 관심사항을 구별하려는 기준을 세우려고 함에 있어서 이 연방대법원판결은 귀중한 자료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