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국권상실기 재미 한인 시문학(poetry of Korea in America)에 대해서는 주로『신한민보』에 수록된 작품을 대상으로, 주로 1920년대 이전 작품을 대상으로 연구해 왔다. 본고에서는 1919~1924년을 전후하여 한인의 미국 이주양상과 주류 계층이 달라진다는 데에 주목하여, 각각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또한 대상 잡지의 범위를 확장하여『신한민보』와 함께 1920년대 이후에 발간된 잡지인『우라키(The Rocky)』와『동광』등을 함께 살펴보았다.
전기의 재미 시문학은 일반 노동자계층에 의해 주로 창작되며, 고국에 있을 때부터 친숙한 장르였던 민요와 개화가사, 창가, 시조 등을 적극 활용하여 창작되고 있다. 주된 내용은 항일의식의 고취하고, 대중을 계몽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미국의 대중가요 곡조를 빌어 가사를 개사하는 방식의 창작도 시도되는데, 이를 통해 시인들은 점차 자유시형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후기의 재미 시문학은 유학생 및 지식인 중심의 보다 전문화된 시단을 형성하게 된다. 전 시대와 달리 자유시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민지에서 느끼는 가난의 현실적 고통과 자본주의적 현실의 모순 고발, 식민지인으로서 느끼는 자의식을 토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시기 작품은 가난과 조국 상실이라는 재미 한인이 겪는 이중고를 주로 다루는 가운데, 미국 사회의 소외집단(minority)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
전기와 후기를 불문하고 국권상실기 재미 한인 시문학의 주요 관심사는 조국의 독립에 대한 간구라 할 수 있다. 다만 전기에는 항일이나 구국·독립 등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거칠게 드러내어 전경화하고 있는 반면, 후기에는 미국 내에서 한인들이 처한 고난의 모습과 흑인이나 아메리카 원주민 등 여타 소외집단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재미 한인이 겪고 있는 가난과 조국 상실로 인한 이중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여 간접적인 각성과 의식 고취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 기법의 원숙함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