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에는 대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대상청구권을 부인하는 견해는 찾아 보기가 어렵다. 대상청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를 보면 『프랑스민법』 제1303조는 채무자의 책임 없는 사유 즉, 불가항력의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고, 『독일민법』 제285조는 채무자의 책임유무에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대상청구권을 인정한다. 규정이 없는 우리 민법에서 대상청구권을 인정한다면 그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 및 그 적용범위가 문제된다. 우선 그 인정근거에 관하여는 공평설, 조리설, 신의성실의 원칙설, 일반원칙설 등이 있으나 이는 추상적이고 불확정정인 개념들이며, 이러한 개념으로부터 구체적인 채권자의 권리가 나온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행불능이라는 개념은 물리적·절대적 불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거래관념상 불능인 경우도 포함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채무의 목적으로 대가나 대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이행불능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그 대상을 원물의 변형물로 보아 거래관념상 이행이 가능한 것으로 처리함이 마땅하다. 채무불이행에서 목적물이 불가형력으로 소멸한 경우에는 통상 그 대상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이나 위험부담은 이러한 경우가 주로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대가나 대상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이행불능으로 보기보다는 그 대상에 대한 이행이 가능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청구권은 이행불능을 규정한 『민법』 제390조의 반대해석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급부가 이행불능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민법』 제390조)이 있으므로 이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급부가 이행불능 되었지만 그 대상이 남아있는 경우에 거래관념상 채무이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상청구권의 문제는 채무자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대상을 채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공평의 이념이 바탕에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채권의 발생의 원인을 묻지 아니하고 즉, 그것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인지 법률행위에 의한 것인지, 후자의 경우에는 쌍무계약에 의한 것인지 편무계약에 의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하고 채무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으로 취득한 대상을 채권자로 하여금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