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으로부터 시작된 유럽경제의 위기는 재정 위기인 동시에 유럽 단일통화체제의 위기이다. 단일통화체제의 태생적 한계가 재정 위기의 핵심적 원인이고 재정위기의 전개가 단일통화체제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위기에 대응한 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만을 내고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기 해결이 어려운 이유로는 위기의 복합적 성격, 단일통화체제의 제도적 결함과 정치적 한계를 꼽을 수 있는데 그동안의 해결책들이 이러한 문제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2012년 6월 이후 제시된 일련의 정책은 유럽 단일통화체제를 공고히 하고 재정위기의 해결을 위해 옳은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으며, 은행감독이나 재정에서 국가주권을 공동체로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면서 위기의 심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시작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변화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직 그 기반이 취약한 정치적 내지 정책적 합의를 깨뜨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재정취약국은 구조조정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며, 은행감독 권한이나 재정에 관한 권한 등 공동체 이양에 관해 전향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불협 화음이 없도록 해야만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진지하게 재정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옮겨 나가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정치적 합의 도출이 관건이므로 앞으로도 쾌도난마식의 위기 해결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의 붕괴가 불러일으킬 혼란과 비용이 너무나 크고, 유럽의 정책담당자들이 그러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체제붕괴라는 극단적 상황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적 합의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