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십여 년간 국내외 언론은 종종 기업들이 현금을 너무 많이 쌓아두고 있다고 비난성 보도를 하곤 했다. 일부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하여 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현금을 너무 많이 쌓아두고 있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업은 현금을 너무 적게 보유해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보유해도 문제이다. 현금이 너무 적은 경우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현금이 부족하여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됨은 물론 유능한 임직원을 상실할 위험이 커지고, 좋은 부품을 공급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며 소비자들은 회사의 제품을 외면할 것이다. 문제를 단시일에 해결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는 곧 기업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금을 많이 쌓아 놓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현금 보유는 적절한 곳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창출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여유 있는 현금은 임직원들의 대리인 문제를 확대시켜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항상 적절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과거에는 적정한 현금보유수준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이자율과 거래비용을 매우 중시하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저금리와 저거래비용 시대에는 이러한 요인보다는 장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예비적 동기와 대리인 비용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인 중에서 최근의 현금보유수준의 증가를 불러온 것은 증가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라는 것이 국내외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