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실시된 총선에서 러시아 국민의 현 집권세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영향을 미쳐 여당 통합러시아의 득표율이 크게 하락하였다. 그러나 2012년 3월 치러진 대선에서 푸틴은 초기의 저조한 지지율을 극복하고 1차 투표에서 당선을 결정지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차를 두고 실시된 총선과 대선에서 러시아 유권자들은 매우 상반된 정치적 선호를 보였다. 합리적 선택이론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결과는 선거 이슈 변경을 통한 회고적 평가에서 전망적 투표로의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푸틴의 효과적 대선 캠페인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2011~2012 양대선거를 통해 러시아 국민은 변화를 지향하면서도 급진적인 방식 보다는 순차적이며 점진적 방식의 개혁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 집권세력은 여당 통합러시아의 과반 의석 확보와 푸틴의 1차 투표 당선을 통해 차기 정권의 국정 운영을 위한 기본적 정당성과 동력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주기를 통해 견고해 보이던 '수직적 권력구조'와 '관리민주주의' 메커니즘이 경제위기와 정치권력의 정당성 위기 국면에서 얼마나 취약해 질 수 있는가가 증명되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2011년 말 총선을 통해 가시화된 러시아에서의 '변화의 조류'는 한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변화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