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비의도적으로 떼어진 석기들과 의도적으로 뗀 석기들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 실험고고학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석기들은 퇴적이후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서 변형을 받게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답쇄(trampling)이다. 답쇄란 사람 또는 대형동물들이 걷는 과정에서 보행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석기들을 변형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밟혀서 변형된 석기와 의도적으로 잔손질된 석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을 벌여왔지만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맥석영은 한반도 구석기유적에서 돌감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그러므로 이번 실험에서는 맥석영을 가지고 석기를 제작하여 점토층과 기반암풍화토층에 배치하고 석기 위를 1시간 동안 걷고 난 이후, 석기에서 관찰되는 주요 특징들을 관찰하였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답쇄작용에 의한 유물의 변형은 외적 요인으로 토양의 상태, 즉 토양조직의 치밀함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모래질의 성근 구조의 토양에 배치된 석기는 덜 반응하는 반면 점토층과 같이 딱딱한 층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석기 자체의 내적 요인으로는 암질, 균열 여부(금), 조직의 동질성 여부, 석기의 밀집도, 석기의 크기 등의 요소들이 석기 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맥석영의 경우 경도가 높으나 취성이 높고 입자와 입자 간에 틈이 많기 때문에 답쇄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석영 석기는 답쇄작용을 받은 여러 가지 변형흔 중에서 파손이나 가장자리 손상이 많이 나타나는 반면에 의사 잔손질된 경우는 드물었는데 , 이 또한 암질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가늠된다. 한편 한 점의 석기에 여러 개의 변형흔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의사 잔손질된 경우에 있어서도 등 또는 능선에 다른 변형흔들이 공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의사 잔손질을 이루는 뗀자국 하나하나의 크기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매우 작아서 미세 잔손질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들이 압도적으로 않았다. 그러나 석영과 같이 입자가 큰 돌감을 가지고 미세 잔손질을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과 그 호용성도 의문이 든다는 점에서 석영 석기에서 관찰되는 미세 잔손질은 진정한 잔손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플린트를 주로 사용하는 서구에서는 뗀자국의 형태적 특성을 근거로 의사석기와 뗀석기를 구분하여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석영은 뗀자국의 유형을 기준으로 위석기와 뗀석기를 나누기가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