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최상수가 해방 전후에 펴낸 조선전설집의 개편양상을 구체적으로 고찰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해방 후에 간행된 최상수의 전설집을 전국규모의 최초의 조선전설집으로 평가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새롭게 발굴된 해방 전 자료를 소개하되, 특히 1944년에 간행된 전설집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최상수는 해방공간에서 많은 저술을 발간했는데, 이는 해방 전의 연구를 바탕으로 전개된 것이었다.
최상수는 1944년 7월에 『과학소화(科學小話)』를, 8월에 편저 『현대동요·민요選』를, 9월에 서간집 『여학교(女の學校)』를, 10월에 『조선의 전설(朝鮮の傳說)』 (大東印書館)을 간행하였다. 이들 저서 중 『현대동요·민요選』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어로 간행되었고, 9월 이후에 출판된 두 권은 일본명 '풍야실(豊野實)'로 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론에서는 1944년판 『조선의 전설』과 1958년판 『한국민간 전설집』을 구체적으로 비교 대조하여 그 차이 및 변용과정을 명확히 하였다. 1944년판은 처음으로 최상수가 펴낸 조선전설집으로 그 가치가 높다. 1944년판에는 전설 및 민담 등을 포함한 조선설화 61편이 수록되었고, 1958년판에는 317편의 전설만이 수록되었다. 일본어로 작성되었지만, 1944년 판에만 수록된 유일 설화가 존재하며, 1958년판에도 공통으로 수록된 개별 설화는 그 개편과정을 살피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1944년판과 1958년판을 비교하면, 개별 설화 내용에 주목할 만한 개편 작업이 이루어져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1958년판은 1944년판과는 달리 구체적인 지역명, 채집자, 채집 시기가 밝혀져 있어 학술적인 가치를 높였고, 제목을 다듬고, 서술의 명확화, 평서형으로 문체 통일, 도입부와 결말부분의 개편 등 발전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해방 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하여, 해방 후에 최상수가 전설집에 특화시켜 전국 규모의 방대한 자료집을 집대성해 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한편 1944년판은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로 수록된 61편 중, 민담과 야담도 존재하며 완전한 전설집은 아니다. 둘째로 수록된 전설 중, 〈17. 조선인삼의 유래〉는 『조선야담·수필·전설』에 수록된 이마무라 도모에의 〈인삼유래기(人蔘由來記)〉를 그대로 무단 전재한 것이다. 61화 중 적어도 이 1편은 직접 채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책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셋째로 1958년판에 비해, 채집자의 감상을 집어넣거나, 심리묘사 부분이 개입되어 있고, 채집자와 채집 시기를 명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1958년판을 통해 그 대부분을 복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