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20세기 전반기 '제국 일본'에서 전개된 '제국' 언술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그것이 수행한 개념적 기능들을 파악하고, 아울러 그 개념이 내면적으로 겪게 되는 변화의 양상도 조명한다.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 저장된 일본 언론의 제국 언술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살펴본다. 또한 그것을 1920년대에 등장한 식민지 조선의 한국인 언론 『동아일보』의 분석을 통해서, 제국의 중심과 식민지 한국인들의 제국 개념 인식을 비교한다.
중국적 천하 개념에 대응되는 개념적 기능을 이 시기 일본의 제국 개념이 수행했음을 지적하고, 특히 동아시아 지역질서에서 자신의 '보편적 위상'을 표상하기 위해, 제국이라는 보통명사의 고유명사적 사용이 일본 국가권력과 언론에서 지극히 일상화되어 있었다는 매우 일본적인 현상을 주목하여 밝힌다.
한편 1920년대 식민지 한국의 언론에서 '제국'은 지극히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의미의 제국주의와 불가분한 형태로 언급되었다. 특히 국내외의 반제국주의적 활동에 대한 심정적 지지와 전달에 초점이 맞추어진 방식으로 제국 언술이 전개된다.
1930년대, 특히 그 중엽에 이르러 제국의 중심과 주변에서 모두 중요한 개념사적 변화가 제국 언술에 나타난다. 일본 국가권력과 언론은 일본 국가의 자기정체성 표상으로서 '제국' 언술에 더욱 집착하는 가운데, 제국이 담지하는 문명은 더 이상 서양 근대문명의 긍정적 측면들의 표지라 할 개인주의, 자유주의, 국제주의가 아니라 그것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국가주의, 전체주의 및 일본주의로 정의된다.
이는 일본의 내면이 파시즘화하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식민지 언론에 대한 사상통제로도 이어짐으로써, 1930년대 중엽 이후 『동아일보』의 제국 언술은 제국중심의 그것과 차별성을 상실해간다. 다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저항적 제국 언술이 잔존했는데, 그것은 먼 과거 역사에 대한 회고와 풍자의 형태로서였다. 제국 중심과 주변에서의 제국 언술의 합치와 그것이 내포한 내면적 폭력성은 1930년대 말 조선 항일운동가들의 한 전향성명서에서 압축적으로 표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