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서구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운동 진영에서 전개된 가사노동 논쟁은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또 반자본주의 혁명운동 전략의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논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 논쟁은 서구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잊혀진 논쟁'으로 되었고 간혹 언급되는 경우에도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처럼 이제는 이론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현실 적합성을 상실한 지나간 에피소드 정도로 치부되었다. 이 글은 1970년대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가사노동 논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 좌파 연합 정치의 구현에서 필수적인 마르크스주의적 반자본주의 정치와 페미니즘의 연대를 위한 이론적 지반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1970년대 가사노동 논쟁이 공유했던 '무급 가사노동 착취→자본의 잉여가치 증대' 명제와 이중체계론은 자본주의 발전의 모순적 동학의 일면적 반영일 뿐이며 마르크스가치론으로 논증될 수 없음을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사노동 논쟁의 이론적 난점이, 그 후 페미니즘의 궤적에서 보듯이, 마르크스주의와의 분리로 귀결될 필연은 없었으며, 오히려 '19세기 페미니스트'였던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에 기초하여 정정될 수 있다고 주장된다.